믿음(La Fede), 소망(La Speranza), 사랑(La Carita)
- 로시니, <세 개의 종교적 여성 합창곡>
대림절이 돌아왔습니다. 아니 시작되었습니다.
시간이란 흘러 지나가면 되돌아오지 않는 것이 자연의 이법인데,
그 시간 위에 사람들이 금을 긋고 둥그런 띠로 엮어 번호를 매겨가며
계속 돌고 돌게 만든 것이 있습니다.
무한의 시간이 마치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바로 달력입니다.
이는 사람이 유한한 존재임을 스스로 알고 자연에 순응하기 위해 마련한
지혜로운 발명품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돌아왔든 시작됐든 우리에게 다가온 대림절의 첫째 주간입니다.
'대림절'은 기다림의 계절입니다.
무언가를 기다린다 함은 그 자체가 설렘이지만 동시에 인내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다림의 대상에 대한 신뢰가 반드시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굳건한 믿음이 있어야만 소망을 품을 수 있고
그 소망으로 인해 기다림의 시간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다림이란 믿음, 소망, 사랑의 총체적인 행위입니다.
고린도전서 13장에서도 이 세 가지는 항상 있다고 했으니
우리 삶의 궤적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1792-1868)의 작품 중에, 위의 성서 말씀을 인용하여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은 세 개의 여성 합창곡이 있습니다.
곡마다 작사자는 다르지만 로시니 특유의 친근하고 밝은 분위기로 만들어긴 곡이라
종교 음악임에도 매우 살갑게 들립니다.
로시니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한 심성이 작품에 오롯이 녹아들어 희가극 분야에서는 <세비야의 이발사>를 비롯한
여러 작품이 발표되는 족족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일찍부터 큰 부와 명성을 얻었으나 30대 후반에 돌연 작곡을 접고 말았습니다.
이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40년간 몇몇 소품만을 내놓으며 창작을 하지 않았는데
위의 곡은 그 기간 중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잘나가던 그가 갑자기 절필한 이유는 현재까지도 음악계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새로운 영역의 음악을 향한 창작 의욕이 생기길 기다렸거나
평생 좋지 않았던 건강의 회복을 기다리며 은둔에 들어가지는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그러다 문득, 성서 말씀대로 항상 있는 믿음, 소망, 사랑에 대해 깊이 성찰하다가
위의 곡을 쓰게 된 것은 아닐까요?
그런 점으로 미루어본다면 우리는 로시니보다 훨씬 행복한 사람입니다.
기다림의 대상을 분명히 알고 대림절의 맞이했으니까요.
유튜브에서 듣기 <믿음>
https://youtu.be/OtabBP-NCy0?si=R2vGLZxda18GU90B
유튜브에서 듣기 <소망>
https://youtu.be/Fu_KNU4NaTc?si=Q58fBFnu2UmNSs5P
유튜브에서 듣기 <사랑>
https://youtu.be/kO3yAZ8pZ9U?si=VsQCXfDauVqfc2Z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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