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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함께 절기묵상

[2023 예수함께 대림절 묵상] 음악묵상(2)

by withjesus 2023. 12. 16.

위대한 방랑자 슈베르트의 마지막 신앙고백

- <믿음, 사랑, 소망> D.954, D.955

 

슈베르트(F. Schubert, 1797-1828), 31년의 삶에 약 1,000곡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중 3분의 2가 예술 가곡입니다. 그래서 '가곡의 왕'이라고 불립니다. 대규모 교향곡도 한 곡으로밖에 치지 않으니 1,000곡의 악보를 그리는 데만도 하루가 모자랄 판이었을 겁니다. 이처럼 짧은 생을 사는 동안 어떻게 그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친구들의 우정과 응원이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청년이 된 슈베르트는 음악가의 길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집을 나왔습니다. 마땅한 거처가 없던 터라 친구들에게 신세를 졌습니다. 다행히 그의 음악을 아끼는 친구들의 호응과 배려로 작곡을 계속하고 밤마다 '슈베르티아데'(Schubertiade)라는 작은 음악회도 열 수 있었습니다. 슈베르티아데란 '슈베르트의 밤'이라는 뜻으로 슈베르트 팬클럽의 사교모임었기에 당연히 그의 곡만 연주되었습니다. 사회 각 분야의 떠오르는 신예 청년들이 주로 모였는데 여기에서 그는 그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친 중요한 인물들을 만납니다.

 

슈베르트는 어린 시절 유명한 빈소년합창단의 단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슈베르티아데에서도 자신의 가곡을 스스로 불렀습니다. 친구들은 그 점이 못내 아쉬워 성악가 포글(J. M. Vogl)을 영입했습니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포글도 슈베르트의 진가를 발견하고는 적극적으로 그의 가곡을 세상에 알리며 후원했습니다. 슈베르트가 '가곡의 왕'이 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이렇게 황금기를 보냈지만 그는 대중에게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수줍어하는 내성적 성격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즈음 잠깐의 실수로 몸쓸 병에 걸렸는데 그 병은 그의 육신과 정신을 갉아먹으며 그를 죽음으로 이끄는 지름길이 되었습니다. 매독입니다.

 

죽음을 앞둔 그는 회한에 잠겨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영감을 받은 두 명의 시인이 쓴 <믿음, 소망, 사랑>을 탐구하며 생의 마지막 곡을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전의 작품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아무런 특징 없이 겸손하기만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빈손으로 하나님을 기다리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렇게 슈베르트는 <믿음, 소망, 사랑>을 작곡하며 죽음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는 그가 작곡한 <믿음, 소망, 사랑>을 들으며 생명의 주로 오실 하나님을 기다립니다. 대림절 둘째 주간입니다.

 

<D.954>

https://bit.ly/3M3pivb

 

<D.955>

https://bit.ly/3M1E2L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