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함께 이야기

전주페이퍼 만19세 청년노동자 1주기 추모모임

withjesus 2025. 6. 21. 18:42

2025년 6월 15일.

순천시립추모공원 한켠에서

꿈 많았던 청년노동자를 기억하는 모임을 가졌다.

허망하게 하늘로 떠난지 일년이 지났지만

산재인정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일터에서 사고로 죽었는데.. 어떻게 산업재해가 아닐 수 있는가!

 

=== 추모사  이택민(예수함께공동체) ===

 

1년이 지나 다시 그가 메모지에 힘주어 썼던 기록들을 천천히 읽어 보았습니다.

 

2024년 목표, 남에 대한 얘기 함부로 하지 않기, 하기 전에 겁먹지 말기, 기록하는 습관 들이기, 운동하기, 구체적인 미래 목표 세우기, 블로그, 일기쓰기, 사진 많이 찍어두기, 친구들에게 돈 아끼지 않기,

 다른 언어 공부하기, 살빼기,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 편집기술 배우기, 카메라 찍는 구도 배우기, 사진에 대해 알아보기, 악기 공부하기, 경제에 대해 공부하기

 

이제 스무살. 하고 싶은 것, 이루고싶은 것들을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적어 내려갔을 그의 미소를 떠올려 봅니다. 그런데 그의 소박은 꿈은 일년 전 그날 깨어졌습니다.

  

성경은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합니다. 생명은 양적 가치로 잴 수 없다는 뜻이지요.

동학에서는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가르칩니다.

불교에서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온세상에 오직 나만 있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미약하게 보이는 생명도 나와 같은 가치를 가진 존재이기에, 1년 전 하늘로 떠난 청년 노동자는 곧 나입니다. 그는 하늘이고, 그는 우주 그 자체입니다.

 그의 죽음으로 그의 꿈만 깨어진 것이 아닙니다. 바로 내가, 우리의 우주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이 죽음이 더욱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가 힘차게 시작하고 내란의 진상을 밝히는 특검이 출범하며 모두가 사회 대개혁을 꿈꾸는 이 시간에도 우리의 가족, 우리의 동료 중 하루 평균 여섯 명의 노동자가 출근은 했지만 퇴근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7년 전 김용균 님이 하늘의 별이 된 그곳에서 김충현 님이 그의 생명을 잃었습니다.

SPC 계열사에서는 지난 3년간 3명이 죽고 5명이 다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죽음의 빵 공장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진상규명도 어렵고 제대로 된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우리 나라를 진정 자랑스러운 선진국가라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원하는 사회대개혁은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에 대한 염려 없이 마음껏 일하고, 즐겁게 일하고, 땀 흘려 일한 수고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땀 흘리는 이들이 존중을 받는 세상이 될 때야 비로소 우리 대한민국은 전과는 다른 새로운 나라가 되었다고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 나라가 새로운 나라가 될 때까지 우리 청년노동자를 기억하겠습니다. 노동이 존중 받는 세상, 생명과 평화가 넘치며, 사랑과 정의가 샘솟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미약한 힘이지만 저도 함께 힘을 모으겠습니다.

 

2025 6 15

전주페이퍼 청년 노동자 1주기를 기억하며